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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면접 시간은 오전 10시. 집은 대전이고, 회사는 서울 강남에 있다. 정장을 챙겨 입고 KTX를 탄다. 열차 안에서 다시 자기소개서를 읽어본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라는 질문보다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건 다른 질문이다. “나는 꼭 서울까지 가야만 할까?” 이 기사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졸업하면 서울? 지방 청년에게 너무 익숙한 공식

지방대생에게 “졸업하면 서울”은 유행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현실이다. 같은 졸업장, 비슷한 스펙, 비슷한 간절함을 가지고도 출발선은 다르게 체감된다. 대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인턴, 업계 모임, 직무 교육, 네트워킹 기회가 수도권에 더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청년이 서울로 가는 건 서울이 좋아서라기보다 일단 그곳에 기회가 더 많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졸업장인데 왜 출발선이 다르게 느껴질까

지방대생이 서울을 선택하는 장면을 단순히 “눈이 높아서”라고 해석하면 본질을 놓친다. 많은 청년은 자신의 전공과 맞는 일자리를 찾고 싶고,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원하는 직무 자체를 찾기 어렵거나, 채용 공고 수가 적거나, 커리어를 넓혀갈 수 있는 경로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서울은 더 선명한 경로가 있는 도시로 다가온다. 특히 지방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정보 격차”를 크게 느낀다. 어떤 회사가 언제 채용을 여는지, 어느 교육 프로그램이 실무에 도움이 되는지, 현직자와 만날 수 있는 행사는 어디서 열리는지 같은 정보는 결국 사람과 공간이 모인 곳으로 집중되기 쉽다.

수도권 학생은 수업 끝나고 설명회나 밋업에 갈 수 있지만, 지방 학생은 시간과 교통비부터 계산해야 한다. 같은 스펙을 준비해도 과정의 난도가 달라지는 이유다.

숫자는 이미 “서울행 취업”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감정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실제 청년의 이동은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반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청년뉴스ON은 서울·수도권과 지방·비수도권의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통계를 인포그래픽으로 담았다. 두 지역의 격차가 선명하게 보이는 수치들이다.

▲ 인포그래픽 ① 서울행 취업의 출발선은 왜 다를까? 인포그래픽 ②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경인지방통계청의 「2024 수도권 청년의 삶」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 청년인구는 854만 5천 명으로 전국 청년인구의 53.9%를 차지했다.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기업과 채용 기회 역시 수도권으로 모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수도권 66.4%, 비수도권 59.0%로 7.4%포인트 차이가 났고, 일자리를 가진 청년 비율 역시 수도권 77.7%, 비수도권 71.2%로 6.5%포인트 높았다. 숫자가 말하는 건 단순하다. 청년이 일할 기회가 더 많은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행 열차를 타는 이유는 ‘구조’에 가깝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역시 청년의 지역 이동이 개인 성향만이 아니라 지역 노동시장 구조, 일자리 특성, 성장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청년은 “서울이 좋아서”가 아니라 “서울이 덜 막막해서” 움직인다.

첫 직장을 어디서 시작하느냐는 이후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청년은 지금 당장의 월급뿐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있는지도 함께 본다.

이때 지방대생이 느끼는 압박은 더 크다. 지역에서 원하는 회사를 찾지 못하면 서울로 가야 하고, 서울에 가려면 교통비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한다. 서울로 가지 않으면 기회가 줄어들 것 같고, 서울로 가면 비용과 불안이 커진다. 청년에게 서울행은 “희망찬 도전”이면서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 감정이 바로 지방 청년의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해법의 방향이 선명하다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지방대 학생도 서울 학생 못지않게 인턴, 직무교육, 채용설명회, 현직자 네트워킹을 만날 수 있도록 지역 안에서 기회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이 함께 “지역에서 시작해도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셋째, 지역 대학이 단순히 교육기관을 넘어 청년 커리어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기업·기관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서울에 가지 말라”는 훈계가 아니다. 지역에서도 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뢰다. 청년이 지역에 남아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생겨도 서울행 열차는 지금처럼 붐비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청년 유출 문제의 핵심은 청년의 욕망이 아니라 기회의 배치다.

청년뉴스ON의 한마디

청년이 서울로 떠나는 걸 탓하는 건 쉽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건 “청년을 남게 하라”는 구호가 아니라, 청년이 지역에서도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구조다.

자료 출처

1) 경인지방통계청, 「2024 수도권 청년의 삶」,

2) 한국노동연구원, 강동우, 「청년층 지역이동의 특징과 지역 특성의 영향」, 『노동리뷰』,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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