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유출은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로만 보이기 쉽다. 하지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거리도 달라진다. 자녀는 서울에서 일하고, 부모는 고향에 남는다. 가족은 여전히 가족이지만, 병원 동행 한 번, 장을 본 물건을 옮겨드리는 일 한 번,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 한 번이 더 어려워진다. 청년의 서울행은 통장과 커리어만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까지 바꾼다.
멀어진 건 집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에게 가장 큰 걱정은 흔히 월세, 교통비, 식비라고 말한다. 물론 맞다. 하지만 지역 출신 청년에게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고향에 남은 가족에 대한 걱정이다. 평일에는 회사 때문에 내려가기 어렵고, 주말에는 밀린 잠과 집안일을 처리해야 한다. 명절이나 긴 연휴가 아니면 부모님 얼굴을 오래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부모님이 나이가 들수록 이 거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잘 지내지?”로 끝나던 통화가 어느 순간 “병원 예약은 누가 같이 가?” “택시 타고 다녀올 수 있어?” “갑자기 아프면 누구한테 연락하지?”로 바뀐다. 청년은 서울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마음 한쪽은 계속 고향에 남아 있다.
숫자는 가족의 거리도 보여준다
이 문제는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은 수도권에 몰리고, 고령 인구는 비수도권에 더 많이 남는 구조가 이미 통계로 나타난다.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부모 세대는 지역에 남는 구조가 이어질수록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가족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래서 이번 회차의 인포그래픽은 “청년의 이동”과 “고령 인구의 분포”를 함께 놓고 봤다.

경인지방통계청의 「2024 수도권 청년의 삶」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 청년인구는 854만 5천 명으로 전국 청년인구의 53.9%를 차지했다.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행정안전부가 2024년 7월 발표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수도권 448만 9,828명, 비수도권 551만 234명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에 사는 65세 이상 인구가 수도권보다 102만 명 이상 많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차이가 크다. 같은 자료에서 수도권은 전체 주민등록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7.24%, 비수도권은 21.84%였다. 청년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고향에는 부모 세대와 고령 인구가 더 많이 남는다. 이 구조가 바로 청년에게 “월세 말고도 또 하나의 걱정”을 만든다.
가족 돌봄은 마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청년은 부모님을 걱정한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일정은 쉽게 비울 수 없고, KTX 표는 매번 쉽게 잡히지 않는다. 내려가더라도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다. 병원 진료가 평일 오전이면 더 어렵다. 가족을 챙기고 싶어도 시간과 거리, 직장 문화가 동시에 벽이 된다.
이때 청년은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가까이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부모님이 나 때문에 혼자 버티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문제를 개인의 효심 부족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청년이 떠난 이유는 일자리와 기회의 구조 때문이었고, 부모 세대가 지역에 남은 이유도 삶의 기반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의 거리는 개인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거리다.
청년 유출은 지역의 돌봄 문제로 돌아온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면 지역의 활력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지역 안에서 서로 돌보고 연결되는 힘도 약해진다.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 병원 동행, 행정 업무, 디지털 기기 사용, 응급 상황 대응 같은 일상 돌봄의 부담이 더 커진다. 지역에 남은 부모 세대는 자녀와 떨어져 살아야 하고, 서울의 청년은 멀리서 걱정만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청년 유출은 가족 정책이기도 하고, 돌봄 정책이기도 하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청년을 붙잡는 정책인 동시에, 부모 세대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청년이 지역에 남거나 돌아올 수 있다면 가족의 거리도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
해법은 연결이다
해법은 청년에게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도 있고,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청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다. 가족의 거리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함께 필요하다. 원격근무와 지역 거점 근무, 지역 의료·돌봄 인프라, 가족돌봄 휴가, 장거리 돌봄 지원, 고향과 계속 연결될 수 있는 생활인구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청년이 떠나도 가족이 끊어지지 않는 지역. 청년이 돌아와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역. 그리고 부모 세대가 “자녀가 서울에 있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 그것이 앞으로 지역 정책이 향해야 할 방향이다.
청년뉴스ON의 한마디
청년 유출은 숫자로만 보면 인구 이동이지만, 삶으로 보면 가족의 거리다. 청년이 서울에서 버티는 동안 고향의 부모님도 각자의 자리에서 버틴다. 이제 지역 정책은 청년 일자리만이 아니라 가족 돌봄과 연결의 문제까지 함께 봐야 한다.
자료 출처
1) 경인지방통계청, 「2024 수도권 청년의 삶」, 2024.7.25. 주요 인용 수치
2) 행정안전부,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넘어」, 2024.7.11. 주요 인용 수치
3) 통계청, 「2024 고령자 통계」, 2024.9.26. 고령자 가구 및 고령사회 관련 통계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