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청년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이 지역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경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해외 청년정책 사례는 이 질문에 몇 가지 힌트를 준다. 해외 정책 사례에서는 청년에게 지원금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배우고 일하며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접근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많은 지역정책은 청년에게 “여기서 살아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 입장에서 그 말은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 머물려면 이유가 필요하고, 그 이유는 감성보다 구체적인 조건에서 나온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누구와 연결될 수 있는지, 실패했을 때 다시 시도할 수 있는지, 지역 안에서 다음 경로가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유럽의 청년보장제도는 청년이 실업 상태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일정 기간 안에 고용·교육·훈련·견습 기회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일본의 지역오코시협력대는 도시 청년이 지역으로 들어와 일정 기간 생활하며 지역 활성화와 창업, 정착 가능성을 실험하게 한다. OECD의 지역 고용정책 논의 역시 청년문제를 전국 평균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과 생활 조건에 맞춰 풀어야 한다고 본다.
숫자는 해외 정책의 방향을 보여준다
청년뉴스ON은 이번 회차에서도 과장된 수치보다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숫자만 골랐다. 해외 사례의 숫자는 이러한 정책이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청년의 전환 과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정책 구조다.

유럽은 청년을 ‘방치하지 않는 시간표’를 만들었다
유럽연합의 청년보장제도는 청년이 학교를 떠나거나 실업 상태가 된 뒤 일정 기간 안에 일자리, 계속교육, 견습, 훈련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이름보다 발상이다. 청년이 길을 잃은 뒤 오래 기다리게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 청년정책에도 이 관점이 필요하다. 졸업 직후나 첫 직장을 잃은 시기, 지역에서 창업을 시작한 초기처럼 청년에게 특히 불안정한 전환기가 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기회와 지원이 연결되지 않으면 청년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고민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신청한 사람에게만 주는 혜택이 아니라, 끊기기 전에 연결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일본은 도시 청년에게 지역을 경험할 시간을 줬다
일본의 지역오코시협력대는 지역 밖 청년과 인재가 지방으로 들어가 지역활성화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24년도 활동 인원은 7,910명으로 알려졌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에게 “지역을 체험해보고, 일해보고, 정착 가능성을 판단할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청년에게 지역살이를 권유하는 사업은 많다. 그러나 단기 체험에서 끝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체험 이후 일자리, 주거, 커뮤니티, 창업 판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단기 체험만으로는 청년의 정착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일자리와 주거, 관계망이 연결돼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지역 정착의 가능성도 커진다.
해외 정책이 보여준 ‘커리어 생태계‘
해외 정책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된 방향은 청년을 단순한 인구 숫자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함께 설계한다. 지역 대학은 배움의 거점이 되고, 기업은 첫 일경험을 제공하며, 지자체는 주거와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지역 브랜드는 청년의 창업과 콘텐츠가 시장으로 나가도록 돕는다.
결국 핵심은 “돈을 얼마나 주느냐”보다 “지역 안에서 다음 단계가 보이느냐”다. 지원금만으로 청년의 정착을 이끌기는 어렵다. 지역에서 1년 뒤, 3년 뒤, 5년 뒤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때 머무를 가능성도 커진다. 해외 사례는 바로 이 상상력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지역정책에 필요한 것은 번역이다
해외 제도를 그대로 들여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럽의 노동시장 구조와 일본의 지방자치 환경은 한국과 다르다. 하지만 원리는 가져올 수 있다. 청년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연결하는 정책, 지역을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커리어와 관계의 생태계로 보는 관점,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일자리와 시장으로 바꾸는 설계다.
서울 집중을 깨는 일은 서울을 미워하는 일이 아니다. 서울 말고도 시작할 수 있는 곳을 늘리는 일이다. 해외 정책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청년은 붙잡히는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선택하는 존재다.
청년뉴스ON의 한마디
청년을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붙잡지 않아도 되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해외 사례의 핵심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연결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서울 집중을 깨는 가장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자료 출처
1) European Union, Youth Guarantee / Reinforced Youth Guarantee 관련 공식 자료
2)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Reinforcing the Youth Guarantee 관련 보도자료, 2020.10.30
3) 일본 총무성 지역오코시협력대 관련 2024년도 보도자료 및 언론 보도
4) OECD, Local employment and skills / Regional, rural and urban development 자료」



